요즘 핫한 여행 유튜버 중 하나인 빠니보틀. 내가 처음 본 그의 영상은 바로 이것이다. '인도 기차 1등 칸 vs 중간칸 vs 꼴등칸 타보기 【유라시아 35】'. 빠니보틀이 누군지도 몰랐고, 그저 '인도 기차'라는 단어가 눈에 딱 보여서 재생하게 되었다. 14년 전에 5개월 간 인도에서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30시간을 기차를 탄 적이 있었다. 그때 생각도 나고 그때에 비해서 얼마나 변했을까 궁금해서 누르게 되었던 것 같다.
영상을 봤을 때 느꼈던 건 놀랍게도 변한 게 거의 없는 인도 기차. 저런.. 내가 탔을 때 모습 그대로라 옛날에 탔던 인도 기차의 기억들이 마구 떠올랐다. 첫 기차는 인도 모녀와 함께 떠난 짧은 이동 때 탔는데 인도 간 지 거의 보름 지났을 때라 아는 것도 전혀 없어서 카오스 그 자체였었다. 같이 간 일행이었던 인도인 엄마는 영어를 거의 못 하고 힌디만 가능했고, 인도인 아이는 영어를 했지만 나와 친하지 않았다. 고로 정보를 얻기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다는 것. 표를 끊고 자리에 앉았는데 떠날 기미가 안 보이기에 일행에게 물어봤더니 한 시간 뒤에 출발한다고 해서 좌절.. 기차 타는데 자리는 계속 뒤죽박죽 바뀌고.. 내가 탔던 그 칸에 외국인은 나 하나였는데 모든 인도인이 뚫어지게 계속 쳐다봐서 너무 난감했다. 저기 그만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이제 내리나 싶었는데 그곳은 환승역이었고.. 사람들을 잔뜩 태운 기차 여러 대가 지난 후에야 우리 기차가 도착했다. 그렇게 늦은 밤 2시간을 더 기차를 타고서야 목적지에 도착해서 정말 기진맥진했었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 기차 여행은 델리로! 델리 - 아그라 - 자이푸르 이 세 곳을 여행하는 북인도 골든 트라이앵글 코스였는데, 이 기차 여행도 생각해 보면 아찔함의 연속이었다. 간신히 얻은 자리는 2층이었는데 자다가 눈을 떠보니 3층에 있는 아저씨가 날 너무 지그시 쳐다보고 있어서 기절하는 줄 알았고, 바퀴벌레는 너무 많이 보였었지.. 낮 시간엔 2층에 위치한 침대를 접어야 했기에 1층으로 내려와서는 무료한 시간을 때우느라 가져간 카드 게임도 하고, 먹고 싶은 한국 음식도 이야기하고, 열린 기차 문으로 바깥 풍경도 구경하고. 바깥 풍경 구경할 때 기찻길에 서 있던 인도인들이 반갑게 인사를 참 많이 해줬던 기억이 나는군. 한참을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야 델리 역에 도착할 무렵, 문에 매달려 있다가 갑자기 들어와서 목걸이를 낚아채 간 인도인 때문에 멘붕에 빠졌던 것으로 델리행 기차 여행은 마무리가 되었다. 작정하고 훔쳐갔던 터라 범인을 잡기도 힘들었고, 연착으로 예상보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에 빨리 기차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쉽지 않았던 기차 침대칸 여행. 그래도 다행히 남은 기간 동안의 여행은 즐거웠고 다시 나의 거처로 돌아오기 위해서 또 긴 기차 여행을 해야 했지.. 이땐 30시간 동안 기차를 타야 했는데 그래도 델리 갈 때보단 수월하게 왔던 것 같다. 젤 위칸 올라가려던 인도 아저씨가 한번 떨어진 걸 목격한 것과 쥐를 발견한 것 빼곤.. 내 인생이 30시간 이상 기차 탈 일은 이제 없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탄 기차는 인도에서 꽤 시간을 보낸 후에 탔을 때이기도 했고, 일행이 많아서 전혀 염려 없이 잘 탔던 것 같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서서 오긴 했지만.
쓰다 보니 내 인도 기차 여행 추억만 주야장천 늘어놨지만 그때의 추억들이 너무 생생하게 떠올라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상을 봤다. 게다가 빠니보틀 이 사람 정말 재밌잖아! 그래서 찾아보게 되었고, 가끔 인도가 생각나거나 여행이 가고 싶어질 때 열심히 봤다. 그러다가 바쁜 일상과 다른 관심사들 때문에 한동안 뜸했었는데 요즘 다시 빠니보틀에 푹 빠져서 그의 옛 영상부터 순차적으로 재생해서 보고 있다. 여행 가고 싶은 사람들, 다른 나라의 문화를 대리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들, 재미있는 영상이 궁금한 사람들 모두에게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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